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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시간” –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중국 (‘This is amateur hour’: Joseph Stiglitz on Trump tariffs and China)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와의 대화

이 인터뷰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가 최근 저널리스트 매트 프레이(Matt Frei) 나눈 대화를 한국 4차산업혁명센터에서 정리한 것입니다(자료원 : Channel 4 News). 대담자의 의견은 한국 4차산업혁명센터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 가장 큰 피해는 관세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대학·법치주의 등 미국의 경쟁력을 지탱해온 제도적 기반에 대한 내부 공격이다.
  • 미국이 동맹을 약화시키고 국제 규범을 훼손하는 사이, 중국은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요약: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인터뷰 –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미국의 미래

1.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해치는 것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를 “미국이 스스로에게 총을 쏘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강조한 제조업 회귀와 관세 인상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무시한 구시대적 접근이다. 오늘날 미국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중심의 지식 기반 경제이고, 관세는 공급망 혼란을 초래하여 미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

2. 법치와 과학에 대한 공격 미국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다

트럼프의 가장 해로운 정책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대학·연구기관·과학기술에 대한 체계적 공격이다. 미국의 기술적 우위는 바로 이들 제도를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는데,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다.

또한 그는 법치주의의 훼손, 전문성보다 충성심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 소위 문화혁명식 반지성주의가 미국을 내부로부터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국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세계에서 신뢰받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3. 트럼프의 정책은 중국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대비해 자립적 경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희귀 광물, 전기차, 기술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우위를 확보했으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극하는 방식은 오히려 중국의 **국가적 자존심과 역사적 기억(예: 아편전쟁)**을 자극하며, 협력보다 대립을 강화시킨다. 중국은 굴복하지 않되, 협력을 원하고 있다. 이 갈등이 계속되면 세계 공급망의 붕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 유럽의 기회, 영국의 선택

미국이 불확실성과 자국 우선주의로 흔들리는 사이, 유럽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이 단결하고 자체 방위력, 재정정책, 무역전략을 재정비한다면 미국 없이도 독자적인 글로벌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 과정에서 유럽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며,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에만 기대어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5.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기다 세계 최강의 바나나 공화국’?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의 재집권 시도와 법치 무시에 대해, 미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태”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0년 선거에서 나타난 선거불복 시도는 경고 신호였고, 특정 ‘경합 주’만 조작해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은 현실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미국을 **전문성 없는 권위주의 국가, 즉 ‘가장 강력한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군사력은 막강하지만, 도덕적 리더십과 국제적 신뢰는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조차 위협할 수 있다.

✅ 결론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시대의 경제·정치적 혼란이 미국 스스로의 손실을 불러오고 있으며,
국제적 리더십, 법치, 과학, 지식, 협력이라는 미국의 핵심 자산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 질서에서 유럽이 중심이 될 가능성,
그리고 미국 내부의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의 위기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미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가르는 갈림길임을 강하게 경고했다.

인터뷰 전체 번역본

📌 파트 1 (도입부 및 첫 번째 질의응답)

“도널드 트럼프가 하고 있는 일은 미국 스스로에게 총을 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는 미국 수출에 실제로 해를 끼친 인물 중 가장 큰 타격을 준 사람입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혼란입니다…”

진행자
지금 이 순간 워싱턴 D.C.는 다소 폭풍우가 몰아치는 분위기인데, 사실 이 날씨는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주, 시장과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련의 놀라운 사건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기 위해 이 자리에 아주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저희와 함께해주신 분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분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입니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였고,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으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교수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티글리츠 교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진행자
오늘 아침 제 눈길을 끌었던 인용문 하나로 시작하고 싶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이 최근 며칠간 시장 폭락에 대해 패닉에 빠졌다가, 백악관이 일부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마치 협상의 달인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이건 천재적인 대통령의 결정이다.”

교수님도 동의하시나요?

스티글리츠 교수
아니요.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그 직후 시장은 다시 떨어졌죠. 이건 전형적인 트럼프식 혼란입니다.

진행자
이런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매우 위험합니다. 우리는 지난 80년간 국경의 중요성을 줄이고, 법의 지배를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복잡하고 긴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되었고, 이는 국가들이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가 하는 행동은 그런 기반들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이죠. 법적 확실성에 의존할 수 없고, 비즈니스는 예측 불가능한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은 이런 조치들이 미국에 불리했던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며, 결국 중국이 공정한 무역 질서를 따르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보시나요?

스티글리츠 교수
일부 주장에는 아주 작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미국과 서유럽이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무역 질서는 사실 우리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그 룰들은 미국과 서구 대기업, 그리고 금융기관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만든 규칙이 이제는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말하는 건 아이러니하죠.

실제로 불공정하다고 해도, 그 불공정성은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무역적자—특히 상품 무역적자—를 무조건 ‘불공정한 무역’의 증거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 파트 2 (관세 정책, 제조업, 공급망)

진행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던 건, 미국 제품을 사지 않는 외국들을 벌주는 것이었군요.
단순히 관세의 문제가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같은 나라들이 비싼 미국 제품을 사고 싶어 하지 않거나 살 여력이 없는 문제 아닌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정확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단순히 상품 무역에서 서비스 무역까지 확장된 시대입니다. 미국 GDP와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10%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료, 금융, 관광 등—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은 서비스 수출 강국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미국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미국 대학들에 대한 공격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은 매우 중요한 수출 자산인데, 이런 공격은 교육 서비스 수출을 어렵게 만듭니다.

또 관광의 경우, 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미국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억류되거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관광을 위축시키고 있죠.

트럼프는 미국 수출에 있어,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매일같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미국이 중국 제품에 평균 145%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 제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죠.
그리고 백악관이 90일간 유예한다고 말한 다른 관세들도 있습니다.

1903년 이후 이런 수준의 관세는 처음인데, 트럼프는 20세기 초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건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맞습니다. 그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던 시절, 제조업이 경제 중심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죠.

현재 미국은 세계 GDP의 20%도 안 됩니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더 큰 경제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비대칭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는 총수요’(aggregate demand)의 문제가 생깁니다.
중국은 이를 미리 걱정하고 준비해왔고, 총수요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미국 쪽의 총공급’(aggregate supply)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공급 시스템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공급망이 붕괴되며 큰 인플레이션을 겪은 것을 기억하시죠?
그때 우리는 중요한 물자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지금 그때의 혼란을 스스로 재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진행자
그는 또 다른 두 가지를 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첫째, 관세를 통해 미국 정부의 세수(稅收)를 늘리려 하고,
둘째,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도시)에 일자리를 다시 만들려 합니다.

하지만 둘은 모순되지 않나요?
미국 제품을 덜 수입하면 관세 수입은 줄어들고, 제품을 만들어도 팔 데가 없으면 일자리도 생기지 않을 텐데요.

스티글리츠 교수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나쁩니다.

첫째, 설사 제조업이 돌아온다 해도, 그것은 자동화된 현대식 제조업일 것입니다.
제가 중국에서 본 한 공장은 하루에 자동차 1,000대를 생산하는데, 직원은 2,000명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로봇이 작업하더군요.

지금의 제조업은 고도화된 기술 집약 산업입니다. 중국은 이제 공학 분야에서 미국보다 비교우위를 가졌습니다.
미국은 철도나 물류 등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하죠.

둘째, 공장을 새로 짓고 생산 체계를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만들어낸 정치적 혼란 때문에 기업들은 미국으로 이전하기를 주저할 것입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철강, 알루미늄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자재는 다른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결과적으로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죠.
그래서 철강이나 알루미늄 분야에서 몇몇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다른 산업에서 잃게 됩니다.

즉, 그는 실제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제학자들이 그의 전반적인 정책 포트폴리오를 보면, 창출보다 훨씬 많은 파괴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 파트 3 (정책의 정치적 동기, 반지성주의, 소프트 파워)

진행자
트럼프의 정책들은 경제적으로 거의 설득력이 없는데, 그렇다면 결국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시도 아닐까요?
인프라, 혁신, 생산력, 심지어 서비스 부문에서도 중국은 미국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오히려 자본주의 게임에서 미국을 이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나요?

스티글리츠 교수
맞습니다. 미국이 여전히 강점을 지닌 분야가 있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과 연구기관이죠.
하지만 지난 몇 달간 트럼프가 한 일은, 그런 기관들에 지금껏 어떤 경쟁자도 하지 못했던 수준의 타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단기적으로든, 중장기적으로든 그는 미국의 핵심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의 공격은, 중국보다 오히려 미국 자신에게 더 큰 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죠.

또 다른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바로 그의 팀이 매우 아마추어적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여러 나라의 협상가들과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데요,
보통 협상이란 양측이 경제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명확히 하며 진행됩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아마추어의 시간(amateur hour)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뛰어났던 인물일지 몰라도, 경제 정책의 복잡한 맥락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협상에 나섰습니다.
수십 년 동안 무역과 거시경제를 다뤄온 베테랑들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과 협상해야 했으니,
그 과정은 좌절스럽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쩌면 이게 단순한 아마추어리즘이 아니라, 트럼프가 전문성보다 충성심을 더 중시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를 둘러싼 내각에서는 전문 지식보다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스티글리츠 교수
정확합니다. 지금 미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일종의 **문화혁명(Cultural Revolution)**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서 중국 이야기를 했는데요.
중국은 과거에 대대적인 문화혁명을 겪었고, 그 처참한 경험이 개혁·개방 정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45년 간의 개방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만든 사례죠.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그 교훈을 전혀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학과 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격은, 과거 중국의 문화혁명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 엘리트들이 우리를 무시했다.
우리를 망친 건 바로 이들이다.
그래서 우린 이들을 없애야 한다.”
라는 피해의식에 기반한 정서가 뿌리 깊게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원한 감정’에 기반한 움직임은
결국 미국 자신에게 총을 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전쟁은 매일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이 중국,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스티글리츠 교수
우리는 지난 40~45년간, 복잡한 공급망과 비교우위 이론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고,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죠.

중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이미 미국보다 더 큰 경제가 되었고,
1인당 소득은 낮지만 인구가 4~5배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우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버드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 1위 국가가 떠오르는 2위 국가를 위협적으로 인식하면서 갈등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트럼프의 첫 임기 이후, 중국은 이 상황을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잘 대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의존적인 공급망을 너무 쉽게 끊으려 하고 있고,
그 대가는 인플레이션연준(Fed)의 금리 인상, 그리고 **경기 침체 +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
즉 제조업 부활과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 회복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일부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은 서비스 기반 지식경제이고,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부터도 그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21세기 경제에서 중요한 분야들—교육, 과학, 법치, 글로벌 협력 등—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파트 4 (유럽, 중국의 대응, 미국의 신뢰 약화)

진행자
정말 흥미로운 건 유럽입니다.
유럽은 그동안 협력에 어려움을 겪어왔죠.
그런데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가 유럽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전부터 논의되어 온 유럽 방위군 창설,
그리고 재정 정책 제약 완화, 중국 및 글로벌 무역 관계 재정비 등이
진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럽이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오히려 더 강한 유럽이 될 수 있을까요?

스티글리츠 교수
맞습니다.
유럽이 단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력히 대응하며,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과거의 재정 제약을 재고하며,
글로벌 무역 전략을 새로 정립한다면—
미국에 의존적인 지역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핵심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희망하는 미래입니다.
앞으로 세계 질서에서 유럽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영국은 어디에 서야 할까요?
EU와는 갈라섰고, 미국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 관계도 지금 흔들리고 있잖아요.

스티글리츠 교수
영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그 가치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어요.

따라서 영국이 그 가치를 중시한다면,
유럽 쪽으로 다시 기울어야 합니다.
EU에 재가입할 필요는 없지만,
유럽 방위 전략, 산업 정책, 기후 변화 대응, 새로운 다자주의 질서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은 미국이 중심이 아니라,
EU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로 가고 있고,
영국은 그 EU와 긴밀한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진행자
다시 중국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중국은 미국 국채의 두 번째로 큰 보유국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걸까요?

스티글리츠 교수
이론적으로는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기들도 손해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아요.

중국이 더 유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바로 희귀 광물 및 자원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
중국은 스마트폰, 재생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했습니다.

이건 사실 놀라운 일입니다.
만약 진지하게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대비하려 했다면,
경제적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자원 확보에 먼저 나섰어야죠.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중국은 더 이상 미국 투자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내부 저축이 막대하고, 미국보다 더 많은 공학 인재를 보유하고 있어요.
기술 경쟁력에서도 이미 미국과 맞먹거나 추월한 분야들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시장을 보세요.
BYD 같은 중국 업체들이 지금은 테슬라보다 싸고 품질도 뛰어납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의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투자 철수를 겁내지 않고 조치를 취할 수 있죠.
애플 역시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데,
중국이 이를 규제하려 든다면 타격이 클 수 있습니다.

중국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굴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진행자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중국은 19세기에 무력에 의한 무역 개방,
아편전쟁을 겪은 아픈 기억이 있죠.
그런 역사를 고려하면, 지금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시나요?

스티글리츠 교수
그렇습니다.
아편전쟁 당시 유럽과 미국은 무력으로 중국의 문을 열고
아편을 팔 수 있도록 강요했죠.
그건 중국에게 엄청난 비극이었고, 식민지 조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기억은 중국 사람들의 집단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미국이 무언가를 강요한다고 해서
중국이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등한 대화만이 해법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협상가들은 대부분 미국 대학에서 교육받은 전문가들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지식 수준은 미국 쪽 협상가들보다 뛰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요약하자면
트럼프의 정책은 중국의 부상을 앞당기고,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인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맞습니다.
그 피해가 영구적일 필요는 없지만,
굉장히 깊고 심각합니다.

무역전쟁보다 더 큰 피해는
과학, 대학, 제도에 대한 공격입니다.
이런 것들은 미국이 기술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핵심이었죠.

또 하나 중요한 건,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입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켜야 할 법적 절차와 규범들을 무시하고 짓밟았어요.

진행자
그로 인해 세계가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면,
그건 결국 달러의 패권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미국은 지금껏 금으로 된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은 혹은 동 카드로 강등될 수 있는 상황 아닌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정확한 지적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소프트 파워—즉 강요가 아닌 존경—를 통해 세계를 이끌어왔습니다.

사람들은 미국을 동경했고,
“우리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죠.
하지만 이제는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불평등, 과두정치, 부패, 과도한 자본 영향력…
미국은 더 이상 모범이 아닙니다.

USAID 폐쇄만 해도,
그 여파로 수천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약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건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완전히 잃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이미 이를 예상하고 달러 의존도를 낮췄습니다.
예전에는 2조 달러 이상을 보유했지만,
최근에는 7,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고
, 유로, 엔화 등으로 분산해두었죠.

📌 파트 5 (민주주의 위기, 법치 훼손, 미국의 바나나 공화국화)

진행자
재무장관 스콧 베셋은 최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앞으로 4년은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 스트리트’를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꽤 서민 친화적인 메시지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상실메인 스트리트의 고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 사회가 이런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결국 트럼프와 그 세력에 대한 대중의 반란이 일어나게 될까요?

스티글리츠 교수
저는 유권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은,
2026년 선거가 과연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진행자
정말 그렇게 보시나요?
미국에서 자유로운 선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2020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조 바이든이 700만 표 차이로 명백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트럼프는 그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습니다.

그는 이미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무력화하려 한 전력이 있고,
그가 권력을 더 많이 쥐게 된다면,
법치주의를 무시한 채 권력을 유지하려 들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미국은 붉은 주(Red States), 푸른 주(Blue States),
그리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보라색 주(Purple States)**가 있죠.
그 몇몇 경합 지역에서 선거 결과에 개입하면
충분히 전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전체 선거를 폐기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조작해도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지금 미국이 처한 진짜 위협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바나나 공화국이 되어가는 건가요?

스티글리츠 교수
그게 지금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나나 공화국’이라고 하면 보통
전문성 없는 지도자,
즉흥적인 통치,
권위주의적 태도,
근거 없는 분노나 원한에 따른 정책 결정
같은 것을 떠올립니다.

지금 미국은 그런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민주주의 국가였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더욱 위험하고 무섭습니다.

진행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님,
워싱턴 D.C.에서 특별히 시간을 내어 이 ‘포어캐스트’ 특별판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티글리츠 교수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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