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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 : “트럼프의 관세 정책, 미국과 세계 경제에 타격 줄 것” (‘Trump’s tariffs will harm the US and global economy)

전 미국 재무장관 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교수와의 대화

 이 인터뷰는 미국 재무장관, 하버드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1993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이기도 한 하버드 대학교 래리 서머스(Lawrence H. Summers) 교수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와 나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자료원 :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유튜브 채널). 대담자의 의견은 한국 4차산업혁명센터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미국은 민주주의와 경제 정책에서 과거 라틴아메리카식 권위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수렴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경제학적으로 5가지 중대한 오류에 기반하고 있으며, 무역적자·제조업·경쟁력 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정책 실패를 초래하고 있다.
  • 이러한 정책은 스태그플레이션, 금융시장 불안, 국가 경쟁력 약화, 정책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지며, 미국은 전례 없는 자초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 요약 : 미국의 경제·민주주의 구조 변화와 보호무역 정책의 위험성

1. 라틴아메리카적 정치·경제 패턴으로의 수렴

래리 서머스 교수는 현재 미국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과거 라틴아메리카 국가, 특히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정권과 유사하다고 진단한다.
페론주의는 보호무역, 민족주의, 정실 자본주의, 중앙은행 무시, 정치보복적 행정 등으로 요약되며, 이러한 방식은 아르헨티나의 국가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수십 년간 후퇴시켰다.

미국은 현재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으며, 이는 단지 국내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아르헨티나와 달리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며,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2. 트럼프식 관세 정책의 다섯 가지 경제적 오류

(1) 양자 무역수지에 대한 오해

양자 간 무역수지는 착취의 지표가 될 수 없다.
한 개인이 어떤 조직에는 흑자를, 다른 조직에는 적자를 기록하는 것처럼
국가 간 무역도 특정 대상과의 적자가 착취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2) 무역적자는 항상 나쁘다는 착각

자본 유입국은 구조적으로 무역적자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제 활력의 신호이기도 하다.
애리조나주 사례처럼 성장이 지속되는 지역도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한다.

(3) 관세가 무역수지를 결정한다는 착각

무역수지는 국내 총지출 대비 총소득의 차이로 결정되며, 관세 정책은 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스위스(비보호주의, 흑자)와 브라질(보호주의, 적자)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4) 제조업의 부활이 미국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

제조업 고용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이는 무역보다는 기술 발전에 기인한다.
미국 제조업 고용 중 절반도 안 되는 생산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장되어 있다.

(5) 관세는 제조업 보조금 역할을 한다는 주장

실제로 관세는 수출에 필요한 수입 투입재의 가격을 상승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예컨대 철강 관세는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3. 관세 정책의 4대 부정적 경제 효과

(1)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 경기둔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실질 소득 감소와 고용 위축을 동반한다.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가구당 약 4,800달러의 직접 피해가 발생하며, 이는 공급 충격으로 석유가격이 두 배 오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2) 금융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

미국 금융시장은 전통적인 안정적 기축시장에서 신흥국형 위기 패턴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리 상승, 통화 약세, 주식·채권 동반 하락 등은 자국 정책이 초래한 위기 신호이며, 외국 자산 보유자들의 대규모 매각 가능성도 상존한다.

(3) 국가 경쟁력의 저하

국제 분업이 가져다주는 실질 임금 상승 효과를 역행하고 있으며, 수천 달러에 달하는 가계 피해는 초기 충격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와 투자 감소는 경제 성장률에 구조적 손상을 줄 수 있다.

(4) 불확실성의 극대화

시장 변동성 지수(VIX)가 팬데믹·금융위기 수준에 도달했으며, 그나마 진정 조짐은 ‘정책이 철회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지 정책 자체에 대한 수용이 아니다.

4. 결론: 자초한 위기와 반드시 필요한 진로 수정

이 모든 위기는 외부 요인이 아닌 미국이 자초한 것이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명확하며, 현재 필요한 것은 경제·정치적 방향의 급진적 수정이다.
최근 반세기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 시점에 미국의 ‘코스 코렉션(course correction)’은 절실하다.

인터뷰 전체 번역본 (주요 내용 위주)

래리 서머스

저는 이번에는 미국 관점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아마 그게 제가 가진 비교우위일 테니까요.
자, 모든 것에서 한 발 물러서서 이 시점에 대해 올바른 거시적 틀을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여러 번, 라틴아메리카의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로 수렴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해왔습니다.
즉,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정부와 국민에 의한 정부가 함께하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어떤 ‘수렴(convergence)’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렴은 제가 상상했던 방향이 아닙니다.
북미, 즉 미국이 전통적인 라틴아메리카의 패턴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그 전형적인 예는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Juan Perón)이었습니다.
그의 행정부의 특징은 보호무역주의, 과도한 민족주의, 토착주의적 태도, 정실 자본주의,
중앙은행의 거시경제적 경고 무시, 그리고 재정 적자와 같은 문제들이었습니다.
또한 정부의 도구를 활용해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고 처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한 정부 운영 방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나 호주와 유사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던 아르헨티나를 이후 70년 동안 우리가 보아온 현재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미국에서 보고 있는 모습도 바로 그것입니다.

다만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아르헨티나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중심이 아니었고,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꿈꾸지도 않았으며, 글로벌 환경에 구속되어 있었던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하며, 미국이 오랜 민주주의의 전통에서 벗어나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시대적 전환(epochal change)’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다섯 가지 오류에 기반하고 있으며,
경제에 네 가지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오류 1: 양자 무역수지가 착취를 설명하는 지표가 된다는 착각

이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하버드와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고, 골프 클럽과의 거래에서는 큰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 클럽이 저를 착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하버드를 착취하는 것도 아닙니다.
양자 무역수지를 착취의 지표로 본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오류 2: 무역적자는 항상 나쁘다는 주장

이 또한 단순한 산술의 문제입니다.
해외 자본을 유입시키려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제가 사는 애리조나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에어컨이 발명된 이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매년 미국 내 다른 주 및 세계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에 살고 싶은가요, 자본이 탈출하는 나라에 살고 싶은가요?
자본 유입의 산술적 반대편에는 무역적자가 존재합니다.
전 세계 무역적자라는 개념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입니다.

오류 3: 관세가 무역적자 수준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

이 역시 틀렸습니다.
보호무역을 하지 않는 스위스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고,
보호무역에 의존하는 브라질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무역적자는 총지출과 총소득의 차이에서 발생하며,
그 결과는 관세 정책이 아닌 거시경제의 구조에 의해 결정됩니다.

오류 4: 제조업이 미국인의 주요 기회 창출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

로버트 로런스 교수는 피터슨 연구소에서 모든 국가, 심지어는 중국까지 제조업 고용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설명한 책을 썼습니다.
그 이유는 무역이 아닌 기술 발전 때문입니다.
거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독일조차 제조업 고용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의 8% 중 실제 생산직은 절반 이하입니다.
나머지는 회계, 광고, 판매, 보조직 등 비제조업 직무입니다.
이러한 숫자에 기대어 미국 경제가 혁신적으로 변화할 거라는 믿음은
솔직히 말해 완전히 ‘환상’에 가깝습니다.

오류 5: 무차별적 관세가 제조업 보조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착각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미국 수출 산업의 주요 투입물은 수입품입니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 자체보다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60배 더 많습니다.

즉, 철강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주택건설 등 전 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경쟁력은 저하됩니다.

정책이 초래하는 네 가지 경제 피해

1. 경기순환 충격 (Stagflation)

이러한 정책은 물가를 상승시키고, 실질 소득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키며, 이는 곧 고용 감소로 이어집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은 가구당 약 $4,800의 충격을 주며 장기적으로는 절반 수준의 손실을 지속시킵니다.

이는 공급 측면에서 보면, ‘석유 가격이 두 배가 된 것’에 준하는 충격입니다.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스태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며,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을 심각하게 어렵게 만듭니다.

2. 금융시장 위기

지금 미국 금융시장은 기존의 ‘안정적 기준점’에서 ‘신흥국형 위기 패턴’으로 이동했습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금리도 상승하고,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기존의 글로벌 금융위기 패턴과 유사하며, 외국 보유자산 매도 가능성 또한 현실적인 리스크입니다.

현재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사태와 유사한 위기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전적으로 미국의 자초한 문제입니다.

3. 경쟁력 상실

국제 분업은 실질임금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왔습니다.
수천 달러에 달하는 가계 피해는 정책 자체의 영향만 고려한 수치로, 보복조치나 글로벌 경기 침체는 반영조차 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이 영향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 성장률에 누적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불확실성의 극대화

VIX 지수(시장 변동성 지수)가 ‘30대 초반’이라는 수치에 우리가 안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책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수준의 불안이 발생했던 것이며, 지금 시장이 진정된 듯 보이는 이유는 이 정책들이 철회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 자체에 대한 ‘수용’이나 ‘성공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닙니다.

결론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그리고 자초한 경제적 상처를 겪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의 진로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상처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미국이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 미국에게는 진로 수정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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