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재무장관 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교수와의 대화
이 인터뷰는 전 미국 재무장관, 전 하버드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1993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이기도 한 하버드 대학교 래리 서머스(Lawrence Summers) 교수가 최근 Bloomberg TV “Wall Street Week“ 프로그램에서 나눈 대화를 한국 4차산업혁명센터에서 정리한 것입니다(자료원 : Bloomberg TV). 대담자의 의견은 한국 4차산업혁명센터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 이번 위기는 경제학적 실수가 아닌 정치적 자해이며, 되돌릴 수 있다.
- 정책의 즉흥성과 내부 분열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 경제는 복잡하지 않다 — 상식적인 정책 복원이 가장 빠른 해법이다.
📌 요약
1. 시장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
최근 시장이 일부 반등했지만, 이는 정책이 철회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지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시장과 기업, 참모진까지 모두 이번 관세 정책이 경제에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조차 점차 현실을 인식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 즉흥적인 정책 운영
정책 설계에 근거 자료나 일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내부 참모들 간 의견 충돌도 드러난다.
“관세 보복 정책”이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상대국의 관세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는 등, 설계 자체가 즉흥적이다.
3. 경기 침체 가능성
서머스는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며, 이로 인해:
200만 명 이상의 실업자 증가
가구당 $5,000 이상의 소득 감소
주가 추가 하락 및 금융 불안 확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 “이건 병원 감염과 같다”
그는 현재 위기를 ‘의료인이 오히려 환자를 병들게 하는’ 상황, 즉 “아이아트로제닉 위기(iatrogenic recession)“로 비유.
이번 위기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유발된 것이며, 정책을 철회하면 곧 해결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5. 경제학 입문 수준의 명확한 결론
이 상황은 복잡하지 않다.
“전 세계 상품에 갑작스럽게 관세를 매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은
입문 경제학 수준의 문제이며,
물가 상승 + 실업 증가 + 경제 비효율성 + 불확실성 증가라는 답이 명확하다.
인터뷰 전체 번역본 |
🗣 진행자:
우리가 딱 일주일 전, 수요일—관세 발표가 있었던 날—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아직 정해진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시장은 정말 엄청난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3일 연속 하락한 뒤, 오늘은 급등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교수님은 분명히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오셨는데요.
오늘 시장이 반등하는 걸 보고, 기분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 래리 서머스:
그럼요, 나아졌습니다.
언제든지 불안정성이 줄어들면 그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혼동하지 마십시오. 지금 불안정성이 줄어든 데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장이 점점 더 **“이번 정책이 일시적이며, 결국 뒤집힐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대한 시장의 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을 인식하길 바라는 기대감의 반영이죠.
그 현실은 시장이 말해주고 있고, 그의 참모들도 말해주고 있으며,
전국의 기업 CEO들 역시 이런 대규모 관세 정책은 경제 성과에 악영향을 준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행정부도 그 사실을 일부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그렇다면, 지난주 로즈가든 발표 때보다 지금은 목표나 방향성이 더 명확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 래리 서머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보복 관세를 근거로 삼은 정책이 다른 국가의 관세 데이터조차 활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정책의 준비 수준을 알 수 있죠.
또한 대통령 고문인 나바로와 재무장관인 스콧 배셋이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한다는 점,
대통령 외부 고문인 일론 머스크와 대통령 경제팀 사이의 뚜렷한 갈등,
이 모든 게 즉흥성을 보여줍니다.
매우 중대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매일매일 임기응변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은
막대한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진행자:
그렇지만 불확실성이란 건,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을 때 생기는 거죠.
오늘은 다행히 좋은 쪽으로 움직인 날이었는데요.
이런 정책이 철회되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죠.
💬 래리 서머스:
맞습니다.
저는 당분간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질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 판단으로는,
이번 시장 조정의 바닥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그렇다면… 얼마나 나빠질 수 있을까요?
💬 래리 서머스:
제가 보기에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침체가 현실이 된다면,
2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가구당 평균 소득 손실이 $5,000 이상 될 수 있습니다.
시장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충격은 앞으로도 계속 그림자를 드리울 것입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재정적자는 늘고,
국가 부채도 함께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위험 기업과 신흥국 경제에도 금융 불안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진행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경제·금융 위기에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건 마치 병원에서 감염을 얻는 것 같은, ‘병원 유발성(iatrogenic)’ 경기 침체라는 거죠.
즉,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사가 오히려 병을 유발하는 상황입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감염처럼,
지금 미국 경제를 해치고 있는 주체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그 자체입니다.
🗣 진행자:
즉, 지금의 경제 위기는 외부 충격이 아니라 정책 그 자체가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 래리 서머스:
맞습니다.
이건 외부 세계 때문이 아닙니다.
오직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내뱉는 말과 행위가 원인입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이 위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하면 바로 멈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 실수를 되돌린다면,
정상화가 빠르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비위생적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곳을 찾는 환자들은 계속 감염될 수밖에 없죠.
마찬가지로,
이런 정책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시장의 변동성, 경기 침체의 위험,
그리고 중산층 가정의 고통을 보게 될 것입니다.
🗣 진행자: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이 “주치의” 역할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말고,
지금 상황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존재는 없을까요?
💬 래리 서머스:
글쎄요.
다른 나라들이 외교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철회하기 쉬워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겠죠.
또 기업계의 반응에 따라서도
철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정말 단순명료합니다.
거대한 세금(관세)을 불확실하게 도입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질서를 뒤흔들면
경제는 내려앉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복잡한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경제학 입문 수준입니다.
이런 문제가 시험에 나왔다고 생각해보세요: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전 세계 상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든 그 정답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건 곧 공급 충격이며,
물가는 오르고, 실업도 증가하게 되며,
경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 진행자:
정리하면, 이건 복잡한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래리 서머스:
그렇습니다.
아주 명백한 경제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입니다.